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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저작권

AI 기술로 복원한 고전 영화·음원의 저작권 문제

고전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복원이 AI라면?

1920년대 무성영화의 깨진 화면, 1960년대 재즈 음반의 거친 노이즈.
한때 시간 속에 사라진 것 같던 이런 고전 콘텐츠들이 최근 놀라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바로 AI 복원 기술 덕분이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필터를 넘어서,
낡은 영화의 화질을 고해상도로 바꾸고,
지직거리는 음원의 손상된 부분을 원본처럼 복원하며,
심지어 사라진 장면이나 음성까지 예측해 재생성한다.

이처럼 AI 기술은 고전 콘텐츠를 ‘새로운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법적인 문제가 따라붙는다.
AI로 복원한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원작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AI가 만든 복원본은 새로운 저작물인가?
복원과 변형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이 글에서는 AI 복원 기술의 정의와 방식,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저작권 분쟁의 회색지대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AI 복원이란 무엇인가?

AI 복원은 단순한 필터링이나 편집이 아니다.
기존 영상이나 오디오의 품질을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지능적으로 향상하거나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기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활용된다.

  • 딥러닝 기반 업스케일링 (Super Resolution)
    저해상도 영상을 학습한 AI가 디테일을 추정해 고해상도로 변환
  • 노이즈 제거 및 음성 복원 (Audio Denoising & Inpainting)
    손상된 음원의 결손 부분을 AI가 분석 후 재구성
  • 컬러라이징 (Colorization)
    흑백 영상을 자동으로 컬러로 변환
  • 프레임 보간 및 생성 (Frame Interpolation)
    중간 프레임을 AI가 예측해 부드러운 영상 재생 구현

단순히 품질이 좋아지는 수준을 넘어서,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원작의 저작권이 살아 있는 경우

고전 콘텐츠라고 해도, 원작자의 사망 시점이나 저작권 등록 상태에 따라 여전히 보호받는 저작물일 수 있다.
대한민국 저작권법상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 사망 후 70년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활동하던 예술가가 1980년에 사망했다면,
그의 작품은 2050년까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

이 경우, AI가 복원했다고 하더라도 원작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배포하거나 수익화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AI가 원작을 기반으로 ‘미발표 버전’을 재구성한 경우
  • AI 복원 영상에 추가된 해석적 장면이나 음향이 원작의 분위기를 왜곡한 경우
  • 복원된 콘텐츠가 원작자의 명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저작권이 만료된 경우 퍼블릭 도메인인가, 새로운 저작물인가?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콘텐츠의 경우, 원작은 퍼블릭 도메인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AI가 그 콘텐츠를 복원하거나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에 새로운 저작권이 붙을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다.

  • AI가 1930년대 흑백 무성영화에 컬러를 입히고 음향을 추가
  • 손상된 필름의 프레임을 AI가 ‘예측’하여 만들어낸 복원본
  • 음원의 잡음을 제거하고 사라진 음성 구간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리마스터 음원

이러한 복원본은 단순한 기술적 조작을 넘어서,
창작적 요소가 충분하다면 ‘2차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는 복원자에게 새로운 저작권을 부여한 판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따라서 복원 작업이 단순 보정 수준인지, 창작에 가까운 변형인지가 중요하다.

문제의 본질 복원과 변형의 경계

AI 복원이 단순히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라면, 저작권 문제가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매우 복잡해진다.

  • 고전 영화의 결말을 AI가 재구성해, 다른 해석이 가능한 영상으로 만들어낸 경우
  •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BGM이나 나레이션을 AI가 추가한 경우
  • AI가 고전 배우의 목소리를 합성해 ‘신규 대사’를 삽입한 경우

이런 작업은 원작의 본질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는 단순 복원을 넘은 ‘2차 창작’에 가깝고,
원작자의 동의 없이 진행될 경우, 명예훼손이나 저작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AI 복원 기술과 플랫폼의 역할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은 이미 AI 복원 콘텐츠를 활용한 고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AI 복원본과 원본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원작자의 정보 및 원작 제작 연도
  • AI 복원 여부와 복원 기술의 개입 범위
  • 원본과 다른 부분(예: 색상, 음성, 편집 등)에 대한 설명

이런 투명성이 부족할 경우, 시청자는 AI 복원본을 ‘원작’으로 오해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문화적, 법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사례: AI 복원 콘텐츠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

사례 1. 영화 ‘메트로폴리스’ 복원 프로젝트

1927년작 독일 영화 ‘Metropolis’는 세계 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오랜 기간 필름 손상으로 인해 일부 장면이 유실되어 있었다.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복원 작업으로 잃어버린 장면을 추정해 영상화했고,
이에 대해 일부 영화 평론가는 “원작을 훼손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측은 “새로운 예술적 가치 창출”이라고 평가했다.

법적으로는 ‘공동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문화적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법제의 한계와 향후 과제

현재 한국 저작권법에는 AI 복원 기술에 대한 명확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기준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

  • 복원본이 독창성을 갖춘다면 별도 저작물로 등록 가능
  • 원작 저작권자의 사망 여부와 보호기간 내외 여부
  • 복원 과정에 사용된 AI 기술의 범위와 창작성

향후에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 AI 복원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기준 마련
  • 원작과 복원본 간 저작권 충돌 해결을 위한 중재 제도 도입
  • 복원본에 대한 명시적 라벨링과 설명 의무화

AI 복원본의 상업적 이용, 어디까지 가능할까?

AI로 복원한 고전 콘텐츠를 단순히 개인 감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업적 이용으로 간주되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

  • 복원된 고전 영화를 유튜브, OTT, DVD 등으로 유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 복원된 음원을 음반, 스트리밍 플랫폼에 업로드해 저작권료를 수령하는 경우
  • 복원본을 광고, 전시, NFT 등 2차 사업 모델로 활용하는 경우

특히 복원 대상 콘텐츠가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되지 않거나, 원작자 사후 70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무단 복제 및 이용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가 된다.

설령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났더라도, 복원본 자체가 별도의 저작물로 등록되었거나, 복원자의 저작권 주장이 있는 경우,
상업적 이용 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 필요할 수 있다.

복원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가?

복원자는 기술을 통해 기존 콘텐츠를 새로운 형태로 가공하고 보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복원자는 다음 중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 복원본 자체에 대한 저작재산권
  • 콘텐츠 배포 및 재사용에 대한 2차적 이용 허락권
  • 자신의 복원 기법이나 스타일에 대한 저작인격권

현재는 대부분 국가에서 복원자의 저작권은 ‘창작성 여부’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즉, 복원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손상된 부분을 정리하는 수준이라면 권리가 인정되지 않지만,
복원자의 주관적인 해석, 예술적 개입이 충분한 경우에는 2차적 창작물로 간주되어 저작권이 부여될 수 있다.

특히 영상, 음향, 자막, 컬러링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복원 콘텐츠는
단순 기술작업이 아닌 창작활동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높다.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제작자가 알아야 할 실무 체크리스트

복원된 고전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AI로 직접 복원작업을 수행하려는 크리에이터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1. 원작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확인하라.
    • 70년 경과 전이라면 원작자의 후손 또는 권리자에게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2. 복원 과정에 AI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명확히 파악하라.
    • 단순 보정 vs 창의적 복원 여부 판단
  3. 복원본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법률 자문을 받아라.
    • 특히 음원 스트리밍, 영상 플랫폼 업로드 등 수익 모델이 포함된 경우
  4. 복원본과 원작의 차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고지하라.
    • 시청자 또는 이용자가 복원본을 ‘원작’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설명 제공
  5. 복원 과정에서 사용된 AI 도구의 이용약관과 생성물의 소유권 조항을 검토하라.
    • 일부 AI 도구는 생성물에 대한 소유권을 회사 측이 주장할 수 있음

이러한 준비와 확인 절차를 거친다면,
AI 복원 콘텐츠를 법적으로 안정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과거를 다시 쓰는 AI, 책임도 함께 따라야 한다

AI 기술은 고전 콘텐츠를 복원하고 부활시키는 데 있어 전례 없는 도구다.
잃어버린 장면이 되살아나고, 사라진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며,
수십 년 전의 예술이 오늘날의 시청자에게 다시 감동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콘텐츠의 뿌리는 ‘원작자의 창작’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원은 단순한 기술작업이 아니라,
창작에 대한 존중과 법적, 윤리적 고려가 함께 수반되어야 할 작업이다.

AI가 과거를 재해석하는 시대.
이제 우리는 단지 “무엇을 복원할 수 있는가”를 넘어,
“무엇을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