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인데 내가 쓰지 않았다는 아이러니
누구나 자기 인생을 한 번쯤은 책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글쓰기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시간조차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AI 글쓰기 도구다.
ChatGPT, NovelAI, Writesonic, Jasper 등 다양한 플랫폼은 이제 자신의 경험을 간단히 요약해서 입력하면, 이를 감동적인 자서전 형식으로 바꾸어주는 능력을 갖췄다.
처음에는 단순한 초안 수준이었던 AI의 글쓰기 능력은 이제 출판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AI가 쓴 자서전도 법적으로 내 저작물인가?"
이 글에서는 AI와 협업해 만든 자서전의 법적 귀속, 저작권 문제, 도덕적 권리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AI 글쓰기 도구의 원리
AI 글쓰기 도구는 사용자의 입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나는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군대는 해병대를 다녀왔으며,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라고 입력하면, AI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어낸다.
“1992년, 서울의 어느 조용한 골목에서 나는 태어났다. 무모했던 청춘은 해병대에서 단련되었고, 지금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나만의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다.”
AI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를 문학적 감성으로 재구성하며, 때로는 서사구조까지 입혀준다.
하지만 그 서사는 AI의 창작물일까, 아니면 내 것일까?
저작권의 기본 조건: ‘인간의 창작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한 핵심 조건은 “창작자의 인간성”이다.
즉, 저작권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으며, 기계나 알고리즘은 저작권을 보유할 수 없다.
이는 미국 저작권청(USCO), 유럽 저작권지침, 대한민국 저작권법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AI가 쓴 자서전은 전적으로 AI가 창작한 것이라면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자신의 인생 경험을 직접 서술하거나 정리해서 입력한 경우
- AI의 초안을 수차례 수정하고 구조화한 경우
- 표현, 문장, 스타일에 인간의 의도를 반영한 경우
이런 경우에는 AI는 단지 도구일 뿐, 실질적인 창작 주체는 인간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협업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대한민국 저작권법상, 보조 도구를 활용한 창작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즉, AI는 펜이나 워드프로세서처럼,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로 활용된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사용자의 명확한 지시나 설계가 있었는가?
- 결과물에 대한 검토와 수정이 있었는가?
- 최종 결과물이 사용자의 창의적 개입에 의해 완성되었는가?
예를 들어, 자서전 초안을 AI가 작성했더라도,
사용자가 직접 문장 일부를 수정하고, 챕터 구성을 바꾸고, 문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정했다면
“협업 창작물” 혹은 “보조 창작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문제가 되는 경우 단순 AI 복사 붙여넣기
문제가 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AI가 만들어준 전체 자서전을 그대로 출판한 경우
- 사용자가 별다른 수정 없이 텍스트를 복사해 사용한 경우
- 특정 플랫폼(AI 도구)의 라이선스 위반 사례
이 경우, 사용자는 자서전의 내용을 “내 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법적으로는 해당 AI 플랫폼의 이용 약관에 따라 생성물의 권리가 플랫폼에 귀속될 수도 있고,
혹은 무주물(저작권이 없는 콘텐츠)로 간주될 수도 있다.
AI 도구의 저작권 정책도 중요하다
각 AI 플랫폼마다 생성물에 대한 정책이 다르다.
- ChatGPT(OpenAI): 사용자가 명시적인 입력을 통해 생성한 텍스트는 사용자에게 귀속됨.
- Writesonic, Jasper: 유료 사용자에게는 생성물의 저작권을 부여함.
- Copy.ai: API로 만든 콘텐츠는 회사 측 라이선스에 일부 귀속될 수 있음.
따라서 AI로 자서전을 쓰기 전에 반드시 해당 플랫폼의 이용약관과 저작권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도덕적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자서전은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담은, 가장 사적인 기록이자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서전은 도덕적 권리(저작인격권) 문제와도 연결된다.
설령 AI가 작성한 문장이더라도, 그 내용이 내 인생을 바탕으로 한다면,
그에 대한 내용 수정권, 공표 여부 결정권, 성명표시권은 인간인 사용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할 권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따라서 자서전과 같은 민감한 콘텐츠는 법적 소유권과 별개로 인격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조언 AI 자서전 출판 전 점검 리스트
자서전 출판을 고려하고 있고,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자.
- 자서전의 내용은 내 실명과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가?
-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내가 직접 수정하고 검토했는가?
- 플랫폼의 생성물 저작권 정책을 확인했는가?
- 생성 과정에서 내 창의적 판단이 얼마나 개입되었는가?
-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이 기준을 바탕으로 한다면,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내가 쓴 자서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AI는 도구일 뿐, 주인은 ‘나’여야 한다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글쓰기조차 자동화되는 시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책임’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자서전은 내 인생의 요약이자 정리다.
AI는 그 여정을 돕는 조력자일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이 ‘진짜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개입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AI에게 쓴 자서전이라도,
그 속에 내 삶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법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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