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도 AI가 만든 책이 들어오고 있다.
2024년부터 국내외 주요 도서관에는 AI가 작성한 콘텐츠로 만든 책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로 만든 자기 계발서나 기술 입문서, DALL·E나 Midjourney로 제작된 이미지북, 심지어 AI가 만든 시집이나 동화책까지도 ISBN을 부여받고 출판되어 정식 납본 대상이 된다.
이처럼 AI 콘텐츠가 실제 출판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AI가 만든 책도 도서관에 등록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 기증된 AI 콘텐츠는 누가 만든 걸로 간주될까?”
특히 공공기록물로서 등록되거나 영구 보존되는 콘텐츠에 대해 AI의 저작자 지위, 소유권, 기증 자격 등이 법적·윤리적 기준 위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도서관, 공공기관, 공공 기록보존소에 AI 기반 콘텐츠를 기증하거나 등록하려는 개인·단체가 알아야 할 법적 기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도서관 납본 제도란 무엇인가?
먼저 ‘도서관에 등록한다’는 것이 어떤 절차를 의미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납본 제도(legal deposit)란,
출판물·자료 등을 국가 기관 또는 공공 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거나 기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법과 국립세종도서관 운영지침, 도서관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춘 출판물은 국립도서관에 납본되어 영구 보존된다.
납본 대상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 ISBN이 부여된 출판물
- 디지털 콘텐츠도 납본 대상
- 정식 유통되었거나 대중 열람 가능한 자료
AI가 작성한 책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ISBN이 부여되었고, 출판되어 판매 혹은 배포되었다면 형식적으로는 납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서관은 납본된 콘텐츠가 공적 기록물로서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저작권 및 소유권이 명확한가를 함께 검토하게 된다.
AI가 쓴 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여기서 핵심은 ‘인간의 창작성’이다.
기계가 단독으로 작성한 문장은 창작물이 아닌 단순 결과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ChatGPT로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출판한 콘텐츠라면 저작권적으로 ‘저작자 불명’ 상태가 되며, 도서관 측에서도 ‘창작물’로 명확하게 분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AI 결과물을 수정·편집·재구성했다면 혼합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고, 이 경우 저작권은 ‘기여한 사람’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납본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전적으로 AI가 작성한 글인지, 아니면 사람이 의미 있게 창작에 개입했는지가 기증 가능성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 도서관 납본 현황과 기관들의 대응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서관들은 AI 콘텐츠의 등록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진 않지만,
다음과 같은 실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ISBN이 등록된 출판물은 원칙적으로 납본 대상
→ AI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식 요건이 충족되면 수납 - 내용이 중복되거나 단순한 자동 생성 결과일 경우, 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될 수 있음
- 등록된 콘텐츠의 출처, 저작자, 생성 방식에 대한 설명 자료 요청 가능성 있음
또한 일부 공공기록물 기관이나 데이터센터에서는 AI로 생성된 문서에 대해 “기계에 의해 생성된 자료는 원본성이 떨어진다”며 기증 대상에서 제외한 사례도 있다. 이는 단지 ‘기계가 만든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 콘텐츠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창작 의도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AI 콘텐츠를 도서관에 기증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AI가 만든 글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1. 사람의 창작 개입 기록
AI가 생성한 글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문장을 수정하거나 해설을 추가하는 등 사람의 창작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2. 사용한 AI 툴과 생성 방식 명시
예: “이 책은 ChatGPT-4를 사용해 원고 초안을 작성하였으며, 최종 문장은 저자가 직접 편집하고 구성하였습니다.” 이런 설명을 서문이나 발간사, 출처 표기란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3. 법적으로 문제없는 데이터만 사용
AI가 참고한 데이터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 수 있으므로, 생성 과정에 사용된 프롬프트, 예시 문장 등이 오픈소스 또는 공공데이터 기반임을 밝히는 것이 안전하다.
4. ISBN 또는 기관 발간번호 부여
정식 납본이 목적이라면 ISBN을 발급받는 것이 필수다. 전자파일 형태로 기증할 경우, ISSN(정기간행물 번호) 또는 등록번호가 별도로 필요할 수 있다.
저작권은 누구에게? 기증 이후의 소유권 문제
AI가 만든 콘텐츠를 도서관에 기증하면 그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될까?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콘텐츠의 저작권을 자동으로 취득하지 않는다. 기증자가 저작권을 유지하거나, 특별히 계약을 통해 양도하는 방식이 아니면 공개 열람만 허용되고, 복제·배포 권한은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AI로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이 기증자에게 있는지 혹은 툴 제공자(OpenAI 등)에 있는지를 사전에 판단하고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ChatGPT Plus 이용자가 만든 글은 “사용자에게 결과물의 상업적 권리를 부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럴 경우, 기증자는 합법적으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 AI 툴을 이용했거나, 타인의 글을 AI에게 학습시켜 만든 콘텐츠라면 저작권 침해 위험이 있으며, 기증 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론 : 기증은 가능하지만, 그 전에 창작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
AI가 만든 글도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가능한 전제는 그 콘텐츠에 ‘사람의 창작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서관은 지식과 기록의 보존 공간이자, 공공이 열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집합체다.
그 안에 포함되는 자료는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콘텐츠를 대신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 결과물에 책임을 지고, 공적 공간에 제출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콘텐츠를 선택하고 편집하고 해석한 ‘당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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