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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저작권

AI로 만든 전자책, 국가도서관 납본과 ISBN 등록 가능할까?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 문제는 책의 자격이다.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출판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ChatGPT로 목차를 만들고, 챕터별 설명을 생성하며, DALL·E나 Midjourney로 표지 이미지까지 제작하면 1인 창작자도 하루 만에 전자책을 완성할 수 있다. 실제로 Amazon KDP, 리디셀렉트, 교보문고 eBook, 국내 EPUB 플랫폼을 통해 AI 기반 콘텐츠를 책으로 제작해 유통하는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법적 질문이 등장한다. AI가 만든 전자책도 ISBN을 받을 수 있을까? AI가 작성한 글로 출판사를 등록하거나 도서관에 납본해도 괜찮을까?

 

AI로 작성된 전자책이 공식 출판물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 조건,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가능 여부, ISBN 발급과 관련된 저작권 기준 등을 전자출판 실무 기준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AI로 만든 전자책

 

전자책이란 무엇인가?

전자책(e-book)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출판물의 한 형태로 명시되어 있는 디지털 콘텐츠다.
전자책은 다음 조건을 갖춘 경우,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출판물로 간주된다.

  1. 책의 구조를 갖춘 콘텐츠
    – 목차, 서문, 챕터, 결론 등 일반적인 서적 형식을 따라야 함

  2. 고정된 형태로 배포 가능한 파일
    – PDF, EPUB, MOBI 등 일정한 형식으로 저장된 파일이어야 함

  3. 반복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함
    – 오프라인 판매, 온라인 유통이 가능한 콘텐츠여야 함

단순히 AI가 생성한 텍스트 모음이나 블로그 글을 묶은 정도로는 출판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책의 형식을 갖추고, 유통 가능한 파일로 제작하며, 콘텐츠가 독립적인 ‘저작물’로서 의미를 가져야 전자책으로 등록될 수 있다.

 

ISBN이란 무엇인가?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서 식별번호로, 출판된 콘텐츠가 정식 유통 경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에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ISBN을 발급하며,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출판사 등록 또는 1인 출판인 등록을 마쳤을 것
  2. 출판물의 서지 정보(제목, 저자, 출판일 등)가 명확할 것
  3. 고정된 포맷으로 제작된 출판물일 것
  4. 해당 도서의 저작권 귀속이 분명할 것

여기서 AI 전자책은 4번 항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AI가 만든 글의 저작권을 신청인이 가질 수 있는가? 해당 콘텐츠가 ‘인간 창작물’로 분류될 수 있는가? 가 ISBN 발급의 핵심 조건이 된다.

 

AI가 쓴 전자책,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만 부여된다. AI가 전적으로 작성한 전자책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 등록 및 ISBN 발급이 가능하다.

  1. 사람이 목차 구조, 문단 구성, 문장 표현에 개입했을 경우
  2. AI가 쓴 초안을 기반으로 저자가 퇴고, 편집, 해석한 경우
  3. 전체 흐름과 주제 설계가 인간의 기획 하에 이루어졌을 경우

AI가 단순히 자료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결과물은 인간의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대로, ChatGPT가 작성한 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복붙하여 전자책으로 출간하려 할 경우 ISBN 발급이 거절되거나, 이후 저작권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상이 되는 전자책 요건

대한민국에서는 ISBN을 받은 도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납본해야 한다.
전자책도 납본 대상에 포함되며,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수납이 가능하다.

  1. ISBN이 부여된 정식 출판물
  2. 메타데이터(저자, 서명, 출판사, 분류번호 등)가 정확히 기입됨
  3. 내용이 일정 수준 이상의 독립성 및 정보성을 가짐
  4. 복사방지 또는 DRM 처리 여부 명시
  5. 출판사 등록 여부 확인

AI 전자책이라 하더라도 이 기준을 만족한다면 납본이 가능하다. 다만 AI 콘텐츠로 구성된 책이라는 사실을 출판신청서나 서지정보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도서관 측에서 저작물의 고유성을 평가하는 경우 단순 AI 생성물은 공공기록물로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사례 : ChatGPT 기반 전자책, ISBN 등록까지의 과정

한 콘텐츠 기획자는 ChatGPT를 활용해 ‘1인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제의 전자책을 제작했다.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ISBN을 발급받고 국립중앙도서관에도 납본을 마쳤다.

  1. 목차 구성: 직접 작성
  2. 각 챕터별 개요와 핵심 내용: ChatGPT로 초안 생성
  3. 문장 흐름 및 예시 설명: 사람의 손으로 직접 보완
  4. 표지 이미지: Midjourney로 제작 후 상용 라이선스 확인
  5. 출판사 등록: 개인사업자로 간이 등록
  6. ISBN 신청: 출판정보 및 저작권자 명의 본인으로 명시
  7. 납본용 EPUB 파일 제작: DRM 적용 후 메타데이터 삽입

이 사례에서처럼 AI가 일부 내용을 작성했더라도 저작자의 기획과 편집 개입이 명확할 경우, 전자출판물로서 등록이 가능하다.

 

전자책 등록을 위한 AI 콘텐츠 활용 가이드라인

전자책 제작 시, AI 콘텐츠를 활용하면서도 법적 보호와 ISBN 등록을 모두 충족하려면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AI는 ‘도구’로만 활용하고, 창작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기획, 구조, 문체 선택, 의미 부여 등 핵심 판단은 인간이 해야 한다.

  2. 생성 이력과 편집 과정을 문서로 기록한다
    – 목차 기획서, 초안 비교본, 편집 로그를 저장해 둘 것

  3. AI 이미지 및 음성 결과물은 상업적 사용 조건을 확인한다
    – 표지, 챕터 삽화, 부록 영상 등 외부 콘텐츠는 모두 상용 이용권을 확보해야 한다.

  4. 출처와 생성 방식은 투명하게 고지한다
    – “본 도서는 일부 AI 보조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등의 문구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내용의 독립성과 정보성 확보가 필수다
    – 백과사전형 요약이나 단순 정보 나열은 출판물로 인정되기 어렵다.

결론 : 조건이 충족된다면 AI 전자책도 책이 될 수 있다. 

AI 기술은 출판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그 책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출판하며, 도서관에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판물은 단지 텍스트 파일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창작 의도, 저작자의 기여, 표현 방식과 구조가 책으로서의 자격을 결정짓는다.

 

AI가 쓴 글도 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책을 만든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획과 편집, 문장 구성에 인간의 창작이 개입되어 있다면 전자책은 정식 ISBN을 받을 수 있고, 국립도서관에도 등록할 수 있으며, 출판물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