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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저작권

CC 라이선스와 AI 콘텐츠의 충돌, 해결책은 없을까?

AI 콘텐츠와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 충돌 사례: 창작의 자유인가, 침해인가?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모델은 웹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저작권'과 '라이선스'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크리에이터와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Creative Commons(CC) 라이선스와의 충돌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두 시스템은 공존할 수 있을까요?

 

 

AI 콘텐츠와 라이선스의 충돌 해결책 정리

 

CC 라이선스란 무엇인가?

CC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는 저작물이 더 자유롭게 공유되기를 원하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일정한 조건을 걸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개 라이선스입니다.


예:

  • CC BY: 출처만 명시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
  • CC BY-NC: 비영리 목적에 한해 이용 가능
  • CC BY-SA: 동일 라이선스 공유 조건 하에 활용 가능
  • CC BY-ND: 수정 없이 원본 그대로만 사용할 수 있음

이처럼 다양한 조건이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 이용자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AI의 활용에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AI는 CC 조건을 지키고 있을까?

생성형 AI는 학습 시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를 크롤링합니다. 이때 CC로 배포된 콘텐츠도 함께 사용되지만, 대부분의 AI는 이 데이터에 부착된 라이선스 조건을 인식하거나, 존중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비영리 전용 콘텐츠를 학습한 AI가 만든 이미지나 텍스트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라이선스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가 학습한 콘텐츠는 '사용'인가 '복제'인가?

AI가 인터넷에 있는 이미지나 텍스트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CC 라이선스로 배포된 콘텐츠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AI가 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이 라이선스의 조건을 위반하는 '사용'인지, 아니면 무단 '복제'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합니다:

  • AI 모델이 CC BY-NC 라이선스를 가진 자료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한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사용됨.
  • CC ND 라이선스를 가진 이미지를 학습한 AI가 유사한 이미지 생성 → 원작자의 "변경 금지" 조건을 위반할 수 있음.
  • SA 조건이 붙은 콘텐츠를 학습해 만든 AI 결과물이 동일한 라이선스로 공유되지 않음.

실제 사례로 본 충돌 양상

[사례 1] Stable Diffusion과 LAION-5B 데이터셋

Stable Diffusion이라는 이미지 생성 AI는 LAION-5B라는 거대한 이미지 데이터셋을 활용해 학습되었는데, 이 데이터셋에는 Flickr, Pinterest, Wikimedia 등에서 가져온 CC 라이선스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부 작가들은 "내 작품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AI가 학습에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국 LAION 측은 메타데이터로 라이선스 정보를 남겼다고 주장했지만, AI가 학습한 결과물 자체에는 출처 표기가 없고, 생성된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사용될 경우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사례 2] 유튜브 AI 영상 자동 생성 서비스 

일부 AI 영상 제작 서비스는 CC 라이선스가 붙은 음악이나 영상 클립을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배경음악이나 B-roll을 자동 생성합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YouTube Shorts나 광고에 사용되면서 CC의 비영리 조건(NC)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발생한 적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AI 콘텐츠 생성자들이 어떤 라이선스 자료를 학습에 사용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기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낳았습니다.

[사례 3] 위키미디어에서 제공하는 CC BY-SA 콘텐츠를 학습한 AI가 출처 없이 정보를 요약해 출력해 논란이 됨.

[사례 4] CC BY-NC 이미지를 학습한 AI로 생성한 결과물을 굿즈 제작에 활용, 원저작자의 이의 제기 발생.

 

법적·윤리적 쟁점

  1. 창작물의 '2차적 저작물' 여부
    •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기존 CC 콘텐츠의 '변형'이라면, 이는 2차 저작물에 해당하며 라이선스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2. AI가 아닌 개발자의 책임
    • AI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더라도, 학습 데이터의 선정과 사용 조건에 대한 책임은 AI 개발자 또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3. 라이선스 조건 위반 시 책임소재
    • CC 라이선스는 법적 효력을 갖지만,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국가마다 판례와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4. 비영리 조건(NC)의 해석 문제
    • AI가 학습한 콘텐츠는 비영리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생성된 결과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면 과연 라이선스 위반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해결 방안 : 기술과 정책의 조화

(1) 기술적 접근

  • 학습 데이터의 라이선스 메타데이터 추적
  • AI 출력물의 자동 출처 고지
  • 비상업적 콘텐츠의 학습 필터링 등

(2) 정책적 접근

  • AI 학습 시 CC 조건 준수 명문화
  • 생성 콘텐츠에 대한 ‘조건 유추 적용’ 가이드 마련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차원의 대응 체계 강화

창작자와 기업이 고려해야 할 점

(1) 창작자

  • 자신의 CC 콘텐츠에 “AI 학습 금지” 조건 추가
  • 명확한 고지문 삽입으로 라이선스 오용 예방

(2) 기업 및 플랫폼

  • 학습 데이터의 라이선스 이력 관리
  • 사용자 콘텐츠 등록 시 저작권 체크 체계 마련
  • 생성 콘텐츠의 출처 표기 기능 개발

CC 라이선스의 AI 적용 논란, 세계 각국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미국 : 공정 이용(Fair Use)과 CC의 경계

미국에서는 CC 콘텐츠가 AI에 의해 활용되는 상황을 공정 이용(Fair Use)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이 활발합니다.
특히, 비상업적 AI 개발에는 비교적 유연한 해석이 적용되지만, 상업적 활용 목적이 명확한 경우, 라이선스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 기업에 대해 ‘데이터 소싱의 투명성 확보’와 ‘사용자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는 생성 콘텐츠 운영’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 Creative Commons USA는 AI가 CC 라이선스를 학습에 이용할 경우, 각 조건에 대한 ‘준수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의견서를 발표했습니다.

유럽연합(EU) :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조항이 핵심

EU는 AI 학습과 관련된 권리 문제를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 조항을 통해 다룹니다.

  • 유럽 저작권 지침(Directive 2019/790)은 연구 목적의 TDM은 허용하되, 권리자가 ‘AI 학습 금지’를 명시하면 제외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 따라서, 창작자가 CC 콘텐츠에 “TDM 금지” 표시를 삽입하면, AI가 이를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는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EU는 CC와 AI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명시적 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 : 아직 모호한 영역, 제도 보완 시급

한국은 아직까지 AI 학습과 CC 라이선스의 충돌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법적 판단 기준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으나, 비정형 데이터셋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부재
  • 한국저작권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AI와 오픈 라이선스에 대한 정책 연구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구체적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창작자나 기업은 혼란과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CC 라이선스를 붙일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또 다른 논점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창작자가 CC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있는지입니다.

저작권 없는 AI 생성물, CC 부여도 불가능한가?

AI가 단독으로 만든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보면, 저작권이 없으므로 CC 라이선스를 부여할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사용자가 AI를 통해 이미지·음악을 생성한 후, 이를 자신의 창작물로 간주하고 CC BY, CC0 등의 라이선스를 적용
  • 일부 플랫폼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 CC 라이선스를 선택하도록 허용

문제는? ‘권리 귀속’이 불명확한 상태에서의 라이선스는 법적 근거가 취약

  • 해당 콘텐츠에 법적으로 부여된 권리가 없을 경우, 라이선스 조건도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려움
  • 특히, 타인의 작품(예: CC 콘텐츠, 상용 콘텐츠 등)을 학습한 결과일 경우, 간접적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음
  • 결국, AI 생성 콘텐츠에 라이선스를 붙이는 것은 법률적 회색지대에서 운영되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AI 시대, 새로운 오픈 라이선스의 필요성

현행 CC 라이선스는 2002년 설계된 구조로, 생성형 AI 기술의 복잡성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AI용 오픈 라이선스’가 필요

  • AI 학습 전용 라이선스: “AI 학습에는 사용해도 되지만, 상업적 생성물에는 활용 금지”
  • 생성물 이용 전용 라이선스: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공유 조건만 설정”
  • 창작자 주도 조건 설계 도구: 기존 CC 선택기(Creative Commons Chooser)에 AI 조건 필터 추가

커뮤니티 중심의 라이선스 표준화 시도

  • GitHub Copilot 사태 이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AI 학습에 대한 옵트아웃 표준 제안
  • 예: Hippocratic License for AI, RAIL 라이선스(Responsible AI License) 등 이들은 단순한 코드 이용을 넘어, 윤리적, 법적 기준까지 설정해 오픈 생태계를 지키려는 시도입니다.

 

AI는 창작의 도구이자 플랫폼이지만,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권리는 인간에게 있습니다. CC 라이선스와 AI는 공존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기술·정책·윤리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AI가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윤리와 법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