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작권

AI 학습 저작권 침해 판단, ‘인간 기준’이 발목 잡는다

jbidea 2025. 8. 15. 01:28

왜 지금 ‘인간 기준’이 문제인가?

생성형 AI가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AI가 만든 텍스트, 이미지, 영상의 저작권 귀속 문제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작권법이 전통적으로 인간 창작성을 전제해 왔다는 점에서, AI가 만든 창작물의 법적 지위는 모호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과 국내 법원에서 나온 판결들은 이러한 인간 기준이 AI 학습과 저작권 판단에 있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 기준의 법적 정의와 한계, 실제로 분쟁에서 어떻게 발목을 잡았는지, 그리고 개선 방향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았습니다. 향후 AI 시대의 저작권 법제 변화와 대비 방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AI 저작권 침해 인간 기준이 발목 잡는다

 

AI 저작권 침해 판단의 기본 구조

AI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뉩니다.

  1. 저작물 해당성 판단 : 해당 결과물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인지 여부를 결정
  2. 창작성 평가 : 독창성과 창작성이 어느 수준인지, 특히 인간이 개입했는지가 핵심
  3. 침해 여부 판단 : 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과 무단 이용 여부를 판단
  4. 예외 적용 여부 검토 : 공정 이용(fair use) 등 예외 조항 적용 가능성 확인

현재 대부분의 국가 저작권법은 인간이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만 저작권을 인정합니다. AI 창작물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부여가 거부되거나, 인간과 AI의 협업물이라도 인간 기여도 기준에 못 미치면 보호받지 못합니다.

 

인간 기준의 정의와 법적 위치

1. 저작권법에서의 ‘인간 창작성’

저작권법은 명시적으로 인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판례와 해석상 창작 주체는 사람임을 전제합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 단독 창작물에 대한 등록을 거부했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AI 생성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 미국·한국·EU 비교

  • 미국 : 인간 저자가 실질적으로 창작 과정에 기여해야 함을 명문화, AI 단독 생성물은 저작권 부여 불가
  • 한국 : 명문화 규정은 없으나 판례로 인간 창작성 필수 원칙 확립
  • EU : AI 저작물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으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규정을 완화해 AI 학습 허용 범위를 확대

3. 국내 판례 흐름

한국 대법원은 과거 인간이 직접 창작하지 않은 경우 저작권 보호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다수 남겼습니다. 하급심에서도 AI 보조 도구를 활용했으나 인간의 실질적 창작성이 부족한 경우 저작권 등록이 거부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행 법의 한계

문제는 현행 법이 AI 시대의 창작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완전한 AI 단독 창작물은 물론, 인간과 AI가 협업한 창작물도 보호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이는 침해 판단 시 해석 불일치를 야기하며, 예를 들어, 동일한 수준의 AI 개입이 있는 작품이라도 심사관이나 법원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례 분석 : 인간 기준이 발목 잡은 사건

1. 국내 사례

국내에서는 한 디지털 아티스트가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해 만든 일러스트의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된 사건이 있습니다. 심사관은 “인간의 창작성 기여가 미미하다”며 보호 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2. 해외 사례

미국에서는 AI가 제작한 그래픽 노블의 이미지 부분이 저작권 등록에서 제외된 사례가 유명하고, 미국 저작권청은 텍스트는 인간 저자가 작성했으나, 이미지 부분은 AI 생성물이라며 등록 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3. 산업계 영향

이러한 인간 기준은 미디어, 게임, 출판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AI 보조를 받은 콘텐츠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면, 기업은 법적 위험을 우려해 AI 활용을 꺼리게 됩니다.

 

개선 방향과 대안

1. 법 개정 제안 : 창작성 개념 확장

전문가들은 저작권법의 창작성 정의를 시대에 맞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존 법이 전제하는 ‘전적으로 인간이 창작한 결과물’이라는 기준 대신, AI가 개입하더라도 인간이 창의적 선택과 배열, 편집 과정을 거친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단순히 AI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창작 환경에서 창작자의 기여도를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2. AI 보조 창작물에 대한 별도 저작권 카테고리 신설

일부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AI 보조 창작물’이라는 새로운 저작권 분류를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이 경우, 창작물은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 완전한 인간 창작물
  • 인간과 AI 협업 창작물
  • 순수 AI 창작물

이 카테고리 구분은 법적 보호 범위와 보호 기간, 상업적 이용 허용 범위를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집니다.

3. 기술적 보호 조치(TPM)와 라이선스 모델 강화

AI 학습 데이터와 생성물 관리에는 기술적 보호 조치(TPM, Technological Protection Measures)가 중요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원본 인증, 디지털 워터마크, 메타데이터 삽입 등을 통해 AI 생성물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권리자가 적절한 사용 허가를 내릴 수 있도록 라이선스 모델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콘텐츠 플랫폼이 AI 생성물 업로드 시 자동으로 출처 검증을 수행하는 기능을 도입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저작권 기준 필요성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업계의 특수한 논쟁이 아닙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게임 플랫폼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AI 생성물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인간 기준’이 현실과 괴리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창작자와 기업 모두가 법적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됩니다.

 

향후 법제 변화는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 창작성을 유지하되 AI 보조 창작물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창작 주체의 범위를 확장해 AI와 인간의 협업 결과물을 폭넓게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두 가지 접근 모두 창작자, 기업, 법조계가 함께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제적 시각과 법률 환경의 변화

인간 기준 문제는 특정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과 침해 판단 기준을 국제 표준화 의제로 검토되고 있으며 특히 AI 학습 데이터가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나라의 법 해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1. 각국의 대응 차이

  • 미국 : AI 창작물의 저작권 불인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AI 보조 창작물의 경우 인간 기여도 평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추세
  • EU : ‘인간 개입의 실질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 개발 검토, AI 생성물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호 가능성 모색
  • 일본 : 저작권법 제30조의4를 통해 데이터 분석 목적의 저작물 이용을 폭넓게 허용, 산업 혁신 중심 접근

산업별 전략적 대응

산업계는 인간 기준 논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기 때문에 대형 미디어·게임·출판사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1. 내부 가이드라인 제정 : 사내 창작자가 AI를 활용할 경우, 인간 창작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기록·버전관리 시스템 도입
  2. AI 전용 라이선스 계약 : AI 학습용 데이터 제공 시 조건부 사용 허가를 부여하는 전용 계약 모델 채택
  3. 브랜드 보호 캠페인 : 자사 IP의 무단 AI 학습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워터마크 및 저작권 보호 캠페인 확대

향후 분쟁 예방을 위한 실무 팁

AI와 협업하여 창작하는 환경에서는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AI 활용 과정 전반을 기록하고, 최종 산출물에서 인간의 창작 기여를 명확히 설명
  • AI 모델에 제공된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
  • AI 생성물 사용 전,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를 저작권 전문가와 사전 검토

기준의 재정립

결국 인간 기준은 AI 시대 저작권 제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기술 혁신을 가로막고, 지나치게 완화하면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입니다. 법률가·정책입안자·기술자·창작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논의가 필요하며, 이러한 논의를 통해 AI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저작권 패러다임이 정립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