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시나리오, 웹툰이나 드라마로 제작해도 될까?
이야기의 시작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 끝이다.
한때 이야기의 시작은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키보드 앞에 앉은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ChatGPT, Claude, Gemini와 같은 생성형 언어모델은 몇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30분짜리 웹드라마 시나리오 초안을 작성하고, 에피소드 구성, 등장인물 설정, 반전 장면까지 자동으로 완성된 스토리를 제공한다.
AI 기술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획기적인 효율성을 제공하며 초안 구상 시간을 단축시켜 기획을 앞당기고, 구성안을 비교하며 실험적 플롯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웹툰 작가, 드라마 작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 기획자는 AI가 생성한 스토리나 대사를 실제 작품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늘려가고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AI가 만든 시나리오로 웹툰을 만들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드라마 작가가 ChatGPT 초안을 그대로 영상화하면 저작권 침해가 아닐까? 그 스토리는 누구의 것인가?
AI가 생성한 스토리나 시나리오를 실제 상업적 콘텐츠로 제작·유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및 법적 책임 문제를 알아보겠습니다.
시나리오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인가?
현행 대한민국 저작권법에서는 문학적 저작물로서 시나리오를 보호한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시나리오는 저작권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창작과 동시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인간이 창작한 것일 것
- 구체적인 표현 형태로 작성되었을 것
-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할 것
드라마 대본, 영화 시놉시스, 웹툰 에피소드 플롯, 모든 서사형 문서는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저작물로 간주된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인간이 아니다. AI가 생성한 시나리오 결과물은 기본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이때 관건은 사람이 해당 콘텐츠에 어느 정도 창작적으로 개입했는가이다.
AI가 만든 시나리오의 법적 귀속은 누구에게?
예를 들어, ChatGPT에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했다고 가정하자.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 웹툰의 1화 스토리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써줘
AI가 출력한 결과물은 실제 시나리오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캐릭터, 갈등, 전개, 반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 결과물은 AI가 만든 문장 집합에 불과하므로 그 자체로는 저작물로 간주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작업을 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등장인물의 성격과 설정을 변경
- 문장 구조를 직접 수정
- 대사를 자연스럽게 고침
- 일부 장면은 삭제, 일부는 추가
- 전체 흐름을 재구성함
이런 경우에는 ‘인간의 창작 개입’이 존재하므로, 최종 결과물은 인간의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AI가 제공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 분쟁의 여지가 있지만, 수정·편집·기획을 통해 인간 창작물로 전환했다면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웹툰 작가의 AI 시나리오 활용
2024년 초, 한 국내 웹툰 작가는 웹소설 기반 웹툰 연재를 준비하면서 ChatGPT를 활용해 장르별 초안을 생성했다. 작업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 세계관, 등장인물, 사건 요소를 프롬프트로 작성
- 챕터별 전개 구조를 AI로 생성
- 생성 결과물에서 인물 대사와 갈등을 사람 손으로 수정
- 후반부 반전 구조는 직접 창작
- 시나리오 형태로 정리하여 작화 팀에 전달
해당 작가는 결과물을 본인의 창작물로서 출판 계약을 체결했고, 별도의 법적 분쟁 없이 정식 연재를 진행했다. 핵심은 AI 결과물에 대해 창작자의 기획과 개입이 문서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영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웹툰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때 다음과 같은 저작권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 공동저작물로 오해될 가능성
– 두 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한 경우, AI와 사람이 공동창작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음
→ 법적으로는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음 - 표절 시비 가능성
– AI가 학습한 기존 콘텐츠의 서사 구조, 대사 등이 생성 결과물에 유사하게 반영될 수 있음
→ 특정 작가의 작품과 유사한 구성은 표절로 이어질 수 있음 - 저작권 귀속 문제
– AI 결과물에 수정을 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할 경우 창작자의 권리 범위가 불분명해짐
→ 제작사와의 권리 계약에서 분쟁 소지 발생 - 2차 창작물 등록 거부
– 일부 플랫폼 또는 방송사에서 AI 초안 기반 콘텐츠를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음
→ 계약 거절 또는 방송 불가 사유가 될 수 있음
AI 생성 시나리오의 표절 책임 주체 명확화
AI가 생성한 시나리오가 다른 작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시비가 제기되는 경우, 법적 책임은 결과물을 이용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이때 흔히 오해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책임이 있다 → X
- AI 툴 제공자(OpenAI 등)가 책임진다 → X (약관에 면책 조항 있음)
- 실제 사용·배포·등록한 사용자 본인이 책임진다 → O
예시 사례
2023년 미국에서 한 영화 제작자가 ChatGPT로 구성한 시놉시스를 토대로 단편 시나리오를 각색하여 제작하려던 도중, 기존 B급 영화의 스토리 구조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다.
GPT는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 구조를 생성했을 뿐이었고, 법원은 제작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해당 사례는 AI가 제공한 서사가 ‘의도하지 않은 표절’을 만들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법적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영상화·웹툰화 전, 확인해야 할 저작권 체크리스트
항목 | 설명 |
시나리오 생성 방식 | AI가 전체 작성했는가? 사람이 개입했는가? |
창작 기여도 | 서사 구조, 대사, 캐릭터 설정에 인간의 판단이 반영되었는가 |
원문 보관 여부 | AI 초안, 수정본, 최종본의 버전 관리 이력 확보 |
저작권 명의 | 작가 본인 명의로 등록 가능한가? 공동 창작 계약은 있는가 |
유사 작품 비교 | 기존 작품과 플롯·대사가 유사하지 않은가 |
계약 문서 내 명시 | AI 활용 여부를 계약서에 사전 고지했는가 |
체크리스트를 통과한 시나리오만 법적 안전성과 상업적 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영상 플랫폼의 AI 콘텐츠 제출 기준
2024년 이후 웹드라마, 웹예능, 웹툰 플랫폼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검증, 표절 방지, 원저작권 보호를 위한 조치다.
예: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CJ ENM Studio, 웨이브 등
공통 적용 경향
- 작품 등록 시, AI 생성물 활용 여부 표시 요구
- 저작권 귀속 명의 확인 문서 첨부 요구
- 시나리오 생성 및 편집 로그 요청 가능성 존재
- AI 초안에 의존한 경우, 계약 거절 가능
실무 팁
AI 기반 시나리오를 실제 플랫폼에 제출하려면 최소한 아래의 요소가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 시놉시스 작성자(=책임 저작자) 명시
- AI 생성 여부 명기
- 창작 개입 설명(‘초안은 GPT가 작성, 주요 플롯 및 대사는 창작자가 구성’)
- AI 사용 도구 및 일시 로그 보관
결론 : 스토리는 AI가 시작할 수 있지만, 책임은 창작자가 진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다. 서사의 구조를 설계하고,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생성하는 창작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유통되거나 영상화되는 순간, 결과물의 법적 책임은 AI가 아닌 사람에게 전가된다.
AI가 만든 시나리오는 참고자료 일뿐, 결과물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사람만이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AI가 제공한 문장을 어떻게 다듬었는지, 어떤 창작적 판단을 했는지가 저작권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를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이야기의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