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작권

AI 번역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jbidea 2025. 7. 31. 05:15

AI가 번역한 글, 누구의 소유물일까?

 

요즘은 영어 논문이나 해외 기사 하나쯤은 누구나 AI 번역기를 이용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대다.
DeepL이나 Papago 같은 서비스는 물론, ChatGPT도 점점 더 자연스럽고 유창한 번역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한 편의 긴 글도 클릭 몇 번이면 매끄럽게 번역된다.

 

게다가 그 결과물이 꽤 자연스럽고, 때로는 전문 번역자보다 더 빠르며 논리적이다.
이런 시대에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AI가 번역한 이 글, 내가 쓴 걸로 해도 되나?”

또는 반대로, “AI가 해준 번역으로 전자책을 내도 괜찮을까?” “블로그 글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법적 문제와 창작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I 번역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번역도 하나의 창작 행위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번역’이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기술적인 작업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적으로 번역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원래 있는 저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 행위가 이뤄졌을 경우, 그 번역물 자체도 하나의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저작권법 제5조는 이렇게 말한다.

“번역물, 편곡물, 각색물, 영화 각본 등은 원저작물에 기초한 창작물로서 저작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한글로 번역한 영문 에세이나 강연 대본은
그 사람이 선택한 단어, 문장 구성, 표현 방식 자체가 창작으로 인정된다.
결국 번역도 ‘표현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럼 AI가 만든 번역물도 저작물일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AI 번역기는 사람처럼 번역을 잘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 적어도 문법적으로는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잘 만든 번역’이란 단지 맞춤법이 맞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창작자가 어떤 표현을 선택하고 어떤 해석을 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AI는 스스로 창작자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유창한 문장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데이터 기반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AI는 감정이나 의도, 상황 맥락에 따라 단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AI가 단독으로 만든 번역물은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ChatGPT, DeepL, Papago 같은 툴로 번역된 글을 사람이 한 글자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거나
블로그에 ‘내 글’처럼 올린다면, 법적으로는 “창작자가 명확하지 않은 비저작물의 무단 유통”에 해당할 수 있다.

 

사람이 조금만 손대면 저작물이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AI가 번역했지만, 내가 중간중간 맞춤법도 고치고 문단도 나눴으니까 저작권은 내 거 아닌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창작적 기여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히 띄어쓰기나 문법을 조금 수정한 것만으로는 ‘창작’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반면, AI가 제안한 문장을 뼈대로 삼되, 표현을 바꾸고 문단 순서를 재구성하거나, 독자 입장에서 새로운 해설을 추가하거나,
문맥을 살리기 위해 문장을 크게 변형했다면 그 결과물은 분명히 사람의 창작이 개입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 논문을 ChatGPT로 번역한 뒤, 한국 독자를 위해 배경 설명이나 용어 해설을 넣고,
문체를 새롭게 편집했다면, 그 콘텐츠는 저작권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저작권 선진국들도 AI 번역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미국은 아주 명확하다.
“AI가 독립적으로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ChatGPT로 작성한 문서가 저작권 등록 신청되었을 때 등록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인간 창작자의 개입이 없다는 것이었다. 번역물 역시 마찬가지다.

 

- EU는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AI가 만든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그것을 보정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포함된다면
그 혼합 창작물로서 부분적 보호가 가능하다고 본다.

 

- 일본은 기술 도입에는 적극적이지만,
AI 결과물 자체에 대해선 창작성 보호 기준이 여전히 낮다. 특히 번역 콘텐츠는 거의 창작성 없이 데이터 기반 결과로 분류된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실수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AI 번역 결과물을 그대로 블로그에 올리거나, 영상 자막에 쓰거나, 전자책 원고로 등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표절 의심 : AI가 학습한 원문이 기존 저작물에서 유사한 문장을 가져온 경우
  • 출처 누락 : 원문 작성자의 정보 없이 결과물만 사용한 경우
  • 창작성 불인정 : 단순 번역으로 구성된 글은 애드센스 승인, 출판, 수익화가 어려움
  • 저작권 침해 : 원문이 보호 대상인 경우, 번역 자체가 무단 2차 저작물로 간주됨

특히 AI로 번역한 영어 콘텐츠를 무단 출판하거나 블로그에 무표기 게시하는 경우,
원문 저작자나 플랫폼 측에서 DMCA 삭제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안전할까?

그 답은 ‘AI 번역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사람이 창의적으로 개입해 수정하고 가공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 AI가 번역한 문장을 참고해, 다른 방식으로 같은 내용을 설명
  • 핵심 내용을 요약하거나, 국내 독자를 위한 배경 설명 추가
  • 해설, 사례, 시각자료, 차트 등 창작적 재구성을 더한다
  • 원문 링크 또는 AI 툴 이름을 명시해 투명성 확보

이런 방식이라면 AI를 생산적인 도구로 쓰되, 결과물에 대한 책임과 권리는 창작자인 ‘나’에게 귀속될 수 있다.

 

결론 : AI는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 도구다.

AI가 아무리 자연스럽게 말을 옮긴다 해도, 그 결과물은 ‘창작된 문장’이 아니라 ‘계산된 문장’에 가깝다.
AI는 감정을 담지 않고, 의미를 선택하지 않으며, 맥락을 해석하지 않는다.

 

그 모든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할 몫이다.

 

AI 번역은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의 결과물은 사용자가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다듬느냐에 따라 창작물이 될 수도 있고, 단순한 텍스트 조각에 머물 수도 있다.

 

앞으로 번역 콘텐츠를 만들 때 “이건 내 창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그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AI는 당신의 창작 도구가 될 수 있다.